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중고차시장의 금융실명제(?)

최근 중고차시장에 금융실명제 위반 관련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의 매매조합 공문이 돌고 있다. 직접 공문의 내용을 확인한 지역만 해도 전북, 대전, 경기 조합 등 3개 지역이나 된다. 중고차시장에서 각종 세금 탈루와 관련된 세무조사는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하여 중고차 매매상사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그러나 위 매매사업조합에서 소속 매매업체들에게 보낸 공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연 이 내용이 금융 실명제 위반과 직접 관련된 조사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세무 조사의 일환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금번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몇 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짚어 보기로 한다.

● 중고차매매조합의 공문 내용

★ 제목: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세무조사 진행(예고) 안내

○ 최근 중고차매매대금의 입출금통장 거래내역에 대한 소명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음

○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표자 명의의 사업용 계좌를 만들어 사용토록 해야 함

○ 중고차딜러 개인 및 기타 지인 명의의 계좌(차명 거래) 이용 시 문제가 됨

○ 차명거래 시 세금 추징은 물론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기 바람.

대략 위와 같은 내용으로 지방의 어느 조합에서 산하 매매상사 대표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고 동 내용을 인근의 다른 조합들이 덩달아 산하 매매상사에게 발송함으로써 이 문제가 중고차 시장의 현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중고차매매사업조합이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우선 매매상사 대표자 명의의 사업용 계좌를 만들고 그 계좌만을 거래에 이용할 것.

△ 소속 중고차딜러들의 명함에 적혀 있는 딜러 개인의 계좌번호를 반드시 삭제할 것.

△ 차명거래 신고를 업으로 하는 차파라치 들에게 적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 

● 문제 소지가 있는 중고차시장의 차량대금 수수 관행

금번 세무조사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중고차 거래내역에 대한 소명과 그를 통한 부가세나 소득세 탈루 내역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거래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입출금 경로가 노출되었을 것 같다. 당연히 매매상사 대표 명의로 이전 등록된 상품용 차량 매입대금이, 상사대표의 계좌가 아닌 매입딜러의 계좌에서 인출된 사실이 확인되었을 것이다. 판매가 완료된 차량의 판매대금도 상사 대표가 아닌 차주(매입딜러)의 계좌로 입금된 것도 확인되었을 것이다.

자동차 등록증상에 찍힌 상사대표는 매입대금 지불의 주체도 아니고 판매대금 수취의 주체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상사대표가 직접 매입, 매출을 하는 경우는 예외이다)

고객이 지불한 차량 대금이 그대로 차주(매입딜러)에게 입금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단은 알선 딜러의 통장에 입금된 후 소정의 알선수수료가 제외되어 다시 차주(매입딜러)에게 이체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렇게 알선딜러들이 자기계산으로 차량 대금을 직접 수수하고 그 차액을 수수료로 간주하여 임의로 확보하는 것은 특히 불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고차딜러들의 명함에 상사대표의 계좌가 아닌 자신의 계좌를 기재하여 고객에게 배포하는 경우 그러한 불법행위 실행의 유력한 증거가 되게 된다. 계좌 추적이라도 당하게 되면 그 간의 거래 내역이 모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중고차딜러들의 거래대금 수수행위가 정말 금융실명법에 위배되는 위반행위일까? 그리고 처벌기준이 “5년 이하의 징역이나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기준에 해당하는 것일까?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속칭 금융실명제법이라는 법률의 공식적인 명칭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며 약칭은 금융실명법이다. 이 법의 제정 취지는 실지명의의 금융거래 즉 금융실명거래를 정착시키는데 있으며 여기서의 금융거래는 금융회사 등이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중고차딜러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행위에 어떠한 변칙이나 불법의 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분명히 소득이 있는데 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원론적인 비판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가 곧바로 금융실명법에 위배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금융실명법 제정의 취지와는 다른 사안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금융위원회가 차명거래에 대해 내린 유권해석은 다음과 같다.

위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중고차딜러들의 차량대금 수수행위는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위 유권해석의 어느 항목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고차딜러들의 차량대금 수수행위가 불법이라면 어느 법에 저촉되고 있는 것일까?

● 조세범 처벌법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조세범 처벌법 제 11조에는 아래와 같이 명의대여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중고차 딜러들, 특히 매입딜러들은 형식적으로는 상사대표 명의의 사업자 등록을 이용하여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를 매입할 경우 본인의 자금을 활용했어도 외견상으로는 상사대표의 명의로 매입(이전등록)이 되고 그 차가 판매되어도 상사대표가 판매를 한 것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알선딜러들의 중개를 통해 판매가 되어도 결국 그 거래의 명의는 상사대표로 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중고차딜러들의 이러한 영업방식이 꼭 조세의 회피나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법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영업행위가 사전에 조세회피를 위해서 의도되고 실행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매매상사의 세무 기장대리를 하는 세무사들의 세무신고 지원 방식이 법에 저촉될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세범 처벌법 제9조에 관련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취득세의 신고 시 실거래를 축소하여 신고하도록 안내하는 경우 중고차딜러들도 그러한 행위가 성실신고 방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중고차 취득세의 납부와 관련하여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 세파라치에 대한 신고 포상금은?

위 중고차 매매조합의 공문에는 속칭 세파라치에 대한 주의도 당부하고 있다. 세파라치들이 중고차딜러들의 차명거래를 신고하면 100만원의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중고차딜러들의 차량대금 수수 관행에 법률적으로 다소의 문제가 있다 해도 그런 행위가 세금탈루 포상금의 지급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고의 절차나 내용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단순한 심증이나 정황 만을 가지고는 신고를 할 수가 없고 신고가 되어도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명계좌 신고서의 내용을 보면 차명계좌의 주인과 실제로 금융거래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그 신고서를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거래내역을 기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 국세기본법 제 84조의 2

※ 차명계좌 신고의 처리와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국세청 훈령2085호)

● 맺음말

중고차시장에서 중고차딜러들의 차량대금 수수관행이 금융실명법 혹은 조세범처벌법에 저촉되어 처벌을 받게 될 정도로 무거운 범죄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정상적 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없다. 차명거래로 오해될 소지도 있고 세금 탈루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매매조합에서 급한 마음으로 당장 상사대표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라거나 딜러들의 명함에서 계좌번호를 지우라고 지침을 내려 보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답답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고차딜러들의 차량대금 수수관행이 어제나 오늘 생긴 것도 아닌데 세무조사가 나왔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그런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매매조합의 지침대로 상사대표들의 통장으로만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 거래를 기반으로 해서 세무신고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아마 상사대표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 폭탄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중고차딜러들도 입장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상사대표들이 요구하는 딜러입금 수준이 현재 대비 몇 배로 상승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능한 답이 전혀 없지는 않다. 중고차딜러들이 모두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중고차딜러들이 상사대표와 매입대행 혹은 매각대행 계약을 체결하여 영업을 하거나 혹은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매대행 혹은 판매(처리)대행 계약을 맺어 거래를 중개하여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고차딜러의 사업자등록, 더 이상 뒤로 미룰 수도 없고 미룰 이유도 없다.

글. 연합회 정책위원장 신현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