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국 중고차매매업의 영세성에 대한 소고(小考) - 1

1. 머리말

최근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잠식이나 문어발식 확장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 문제로부터 시작된 논란은 통닭집 문제로, 다시 빵집 문제로 계속 논란의 불꽃을 이어 오고 있다. 급기야 정부에서도 동반성장 위원회를 설치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묘를 도출해 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예전의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제도와 유사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이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여 대기업들이 진출을 자제하거나 기왕의 추진사업도 점유율을 축소케 하는 등의 유인책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 중고차매매업은 그러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는 된 것일까?

혹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일까?

중소업체 고유의 운영방식을 취할 때 특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한 번쯤 의문을 가져 봄직한 문제라 할 것이다.

우리 중고차매매업계에서는 스스로, 서슴없이 중고차매매업을 영세업종이라고 말해 왔다.

특별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예전부터 그렇게 들어 오기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장사를 하는 형태나 규모가 대부분 영세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연히 영세업종이라고 말해 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세한 시장이니만큼, 기존의 사업자들도 적정 수익을 얻지 못한 채 그저 호구지책으로 연명하고 있으니 이 시장에 누군가가 신규로 들어 올 생각이 있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심리도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기존의 시장 참가자들은 이 시장에 누군가가 신규로 진입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려하고 있기도 하다. 하물며 그 신규진입자가 대기업이라면 더 더욱 말 할 나위가 없다. 최근의 대기업, 중소기업간 갈등 분위기를 타고 업계 내부에서도 일부 특정 기업에 대한 배척 운동을 하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슨 무슨 대기업이 차를 싹쓸이 해 가는 바람에 중고차를 구하기 힘들다거나, 무슨 무슨 대기업이 중고차 구매고객을 다 채가는 바람에 장사가 안된다고 넋두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거가 있던지, 없던지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한다.

중고차매매업이나 수출업은 과연 중고차업계에서 주장하는 대로 소위 영세업종에 속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직접 장사를 하는 사업자의 입장,

그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

그리고 거래의 공정성과 시장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입장이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지금 한국의 중고차 유통시장의 모습이 매우영세해 보인다는 것,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아주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중고차매매업은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업종 자체의 속성이 영세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미국이나 일본의 중고차 매매업도 영세한가?

이하 차례로 생각해 보기로 하자.

2. 영세업종,영세사업자의 개념

영세업종이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가 되어야 영세업이라고 규정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사회통념상으로는 규모가 아주 작고 경영형태가 전통적, 비체계적이며 생산성도 낮아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미미한 업종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한국 영세사업자의 실태보고서’에서는 영세사업자를 종업원 5인 미만의 사업체로 분류하고 있다(물론 법적 기준이 아닌 편의적, 임의적 분류이다).

유사한 개념으로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상공인’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광업⋅제조업⋅건설업 및 운수업의 경우에는 종사자 수 10인 미만의 사업자를, 기타 업종의 경우에는 5인 미만의 사업자를 의미한다.

또 중소기업청은 ‘영세자영업자’란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부가가치세법에 의한 연간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의 간이과세 및 면세 사업자’를 의미한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 산업에 걸쳐 약 329만개의 사업체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82.7%에 해당하는 272만개의 사업체가 종사자 수 5인 미만인 영세사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사업자 비율도 3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세사업자인 만큼 시장에의 진입도 별 제한이 없지만 시장내에 정착하지 못하고 퇴출되는 비율도 높아 영세사업자의 약 1/3은 1년 내에 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와 같은 개념 정의 하에서는 중고차매매업이 영세업종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중고차매매업의 경우 비록 고정 급여를 지급하지는 않는다 해도 상시 근무인원이 5~15명 정도는 되는 것이 보통이며 이들은 소속 매매상사에 전속되어 매매상사의 이름으로 매입 및 매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매매상사의 실질적 구성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년간 매출액도 과표기준이든 혹은 실 거래가 기준이든 중고차매매업의 경우 영세자영업자 기준인 년간 4,800만원의 10배 혹은 20배 이상 높을 수 밖에 없다. 거래가격 800만원 수준의 중고차를 한 달에 10대씩 만 거래해도 년간 1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이 계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적 요소 혹은 매출규모와 같은 외형적 요소를 가지고 영세업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 할 것이다.

귀납법적인 형태의 판단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차매매업의 운영 형태에서 영세성의 원인과 결과가 되는 요소를 우선 모두 취합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취합된 내용 중에서 핵심적인 영세성의 요소를 찾아내고 다시 그에 대한 원인을 구체적, 심층적으로 유추해 보는 식으로 접근해 보자는 것이다.

3. 영세의 실태 및 내용

1)자본조달의 취약

상사당 월간 매출규모가 최소 5천만원 혹은 1억원을 초과하는 매매상사가 대부분이지만 이러한 매매상사의 대표가 그러한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아주 취약하다.

통념상 수도권의 경우 매월 30대 이상 판매해야 최소한의 손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순수 매입매출의 경우 매월 30대의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판매대수의 1.3배인 약 40대의 재고를 보유해야 하는 것이 평균적인 기준이다. 대당 매입금액을 7백만원으로 계상하면 40대 기준시 부대비용 포함하여 약 3억원의 재고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상사대표가 독자적으로 이러한 금액을 모두 책임 조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험적인 판단이기는 하지만 대개 1억원 미만의 자금을 가지고 매매상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나마 매매상사의 초기 시설비용이나 임대보증금 등으로 5천만원~1억원 정도를 지불하고 나면 상품매입을 위한 추가적 자본여력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상사대표는 이러한 부족자금을 소위 ‘매입딜러’의 영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매입딜러는 본인의자금으로 상품용 중고차를 매입하되 매입명의를 소속 매매상사로 하고 매입한 차량의 전시도 소속 매매상사의 전시장에 하면서 영업을 하는 형태의 딜러를 말한다. 매입딜러라는 제도는 상사대표의 입장에서 볼 때 부족자금의 충당이라는 효과와 상사대표가 직접 매입매출을 감당함에 따른 위험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전시공간의 제공과 적정 재고의 유지 그리고 영업위험의 공동분담이라는 필요 조건을 상호간에 주고 받음으로써 상생의 묘를 살리려 하는 것이다.

매입딜러의 영입을 통해서도 자금의 조달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다시 상사대표는 재고금융이라는 중고차시장내의 독특한 대출구조를 이용하게 된다.

캐피탈 회사 등 소비자할부금융 매출을 목적으로 하는 여신업체들이 상사대표들에게 매입자금까지 대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캐피탈 회사들이 상사개설시의 임차보증금까지 대출을 해 주면서 소매할부금융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캐피탈 회사들의 이러한 공세적인 지원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칫,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순진한 딜러들을 너무 빨리 상사대표로 격상시켜 결국 조기 퇴출이라는 씁쓸한 부작용을 가져 온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위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결국 매매상사의 대표는 자기자본이 아닌 타인자본으로 재고대수를 유지하거나 상사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자본에 의존한 경영은 리더쉽의 발휘나 기타 조직관리상 여러 제약조건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자본의 주체와 경영의 주체가 이원화됨으로써 야기되는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상황이 궁극적으로 업계 영세성의 한 원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2)운영형태의 낙후성

▲ 매매알선에 대한 과다한 의존

매도인과 매수간에 거래를 주선하여 성사시키는 ‘매매알선’이라는 영업구조는 우리나라 중고차 유통의 초창기부터 존재해 온 구도이다. 중고차매매업이 태동했던 1970년대에는 중고차유통 환경이 매우 열악했던 바 지금과 같은 매매상사가 상품용으로 매입한 차량에 대한 취득세 부과 면제나 매입부가세의 의제 공제와 같은 유통지원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매입매출 거래보다는 매매알선 혹은 위장 매매알선이 구조적으로 성행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또한 당시의 자동차매매업 관리법규였던 ‘도로운송 차량법’상의 중고차매매상사에 대한 엄격한 허가조건(시설구비요건 및 인력충원 조건 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선 투자가 불가피했고 이는 결국 고비용, 고수익의 무거운 유통구조를 형성시키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무거운 유통구조하에서 사업자들은 위험의 분산 차원에서도 매입매출거래보다는 알선거래를 선호하게 되고 소속 매매사원들에게도 알선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게 되었다.

초창기의 이러한 매매알선 의존 및 편중구조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현재에도 매매알선은 중고차 유통의 주력시스템으로 자리잡아 있다. 실제로는 매입매출 거래이나 매매알선인의 알선을 경유해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형적인 유통구도가 정착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중고차거래가격에 과다한 거품이 끼어 있는 것과 허위,삐끼매물의 성행 그리고 판매차량에 대한 체계적인 클레임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이러한 매매알선에 대한 과다한 의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상품용 차량의 보유/관리 주체와 판매주체가 분리되게 되어 불필요한 중간 유통비용이 상승되거나 고객 클레임에 대한 신속,합리적인 처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고객의 관점에서 볼 때 중고차 유통이 매우 불합리하고 영세하다는 인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세무처리의 불투명성

중고차매매업이 영세업종으로 분류되고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고차시장내 사람들의 심리적 저변에는 중고차매매와 관련된 세무처리의 난제(難題)가 자리잡고 있다.

상품용 차량에 대한 취득세와 자동차세의 면제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거래가격 인정에 대한 과표기준 혹은 실거래가 기준여부가 해결(?)되어 있지 않아 어정쩡한 상태로 자의적으로 처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고객에게 판매된 차량의 취득세를 산정할 경우와 매매상사의 부가세 산정시에 부딪치는 문제이다. 일부 법인기업형 매매업체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세무처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업자들은 관행대로 행정자치부에서 정해 놓은 과세 표준액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정하여 납부하고 있다. 취득세 등 지방세 징구 관청(시,군,구청)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수반되지 않는 개인중고차 거래시 현재까지는 과세 표준액에 의한 납부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징수를 담당하는 세무서의 입장은 다르다. 세무조사를 당하는 사업자들은 예외없이 부가세와 관련하여 물고를 당하고 있다. 부가세 탈루 추징 혹은 매입부가세 환급 거부 등의 사례가 다반사로 일어 나고 있다. 국세 세무당국에서 부가가치세와 관련하여 꼬치꼬치 따지고 들면 책이 잡히지 않을 매매상사가 별로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중고차매매업계의 약점을 자각하고 있는 중고차 사업자들은 영원히 불투명의 장막 뒤에서, 영세업체라는 보호막 뒤에서 머물고 싶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중견기업화 사례 미미

기업에도 나름대로의 생명력이 있다. 생명력을 바탕으로 계속 진화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화라는 것은 보다 바람직한 형태로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쉽도록 기업의 틀이 바뀌고 안정화되는 것일 것이다. 어느 기업이 이렇게 진화되었을 때 다른 후발의 기업들도 이러한 사례를 학습하거나 모방함으로써 기업의 생태계가 바뀌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 중고차매매업계에는 이렇게 중고차매매업을 전업으로 하는 영세사업체로 출발해서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진화한 모범 사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돈을 벌고 자금을 축적하여 부자가 되고 부동산도 매입하고 다른 업종의 사업도 병행하는 사례는 가끔 확인이 되지만 오로지 중견 중고차유통업체로 성장하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느 업종이건 그 업종 내 사업의 주체들 중에 중견기업, 중소기업, 영세업체 등이 적절한 비율로

분포되어 각 영역별 차별적인 매출, 수익모델을 고수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우리 중고차매매업계에는 그러한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고만고만한 업체들끼리 어깨만 부딪치며 경쟁하고 있는 판국이다.

상대적으로 중고차 수출업체계에는 그러한 층 구조가 미약하게나마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년간 수십대를 수출하는 영세업체도 있지만 연간 수천대를 수출하는 중견기업도 있는 것이다.

4) 운영이력의 일천

한국 중고차매매업의 업력이 어언 40년 이라고 하는데 중고차매매업 영세성의 한 원인을 운영이력의 일천함에 두는 견해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중고차매매업의 전방산업과의 관계 혹은 후방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운영이력의 일천 이외에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는 것 같다.

중고차 매매업의 전방 산업은 신차제조 및 유통업체이다. 이들과의 제휴 혹은 수직계열관계를 통해 상품용 중고차를 원활하게 공급 받거나 혹은 일반 소비자들의 보유 중고차를 체계적으로 매집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도 별로 그렇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개별 매매사원들이 신차영업소에 출입하면서 사정사정해서 이삭 줍듯이 차를 매입해 오는 시스템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매각대상 중고차의 보유정보가 노출되어 경쟁만 극심하게 치열해졌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영세성을 극복할, 규모경제의 실현 인프라 구축은 아직도 요원한 편이다.

중고차매매업의 후방산업은 정비상품화, 이력정보제공업, 할부금융업 등 다양한 분유가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중고차 매매업계가 참여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되어 오지 못하고 별도의 업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매매업계는 오히려 그들로부터 얼마 되지도 않는 구전을 취하는 형태, 그것도 세금 탈루의 누명을 쓰면서 받는 형태로 전락되어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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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업을 중고업계가 직접 지배하거나 참여하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결국 아직 한국의 중고차매매업 운영이력이 일천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자조감이 들 수 밖에 없다.

4. 영세성의 원인

1) 신차유통과 중고차유통의 단절

현행의 우리나라 법 체계하에서 신차메이커들은 별 제약없이 중고차 관련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중고차매매업체들도 신차메이커와의 계약에 의해 신차판매대리점을 병행사업으로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신차메이커 중 일부는 경매장을 하거나 중고차수출을 하기도 하고 중고차매매업체 일부는 신차 혹은 수입차 판매대리점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차, 중고차업계간 교차 영업의 내용 및 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법 규정 여부에 관계없이 한국 중고차유통구조의 미국 혹은 일본 대비 차이점은 신차업계와의 철저한 분리 운영이다. (경매장은 약간 차원이 다른 도매사업이므로 별도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여기서 거론하지는 않기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리 운영의 장기 고착화는 필연적으로 중고차 매매업의 영세화를 초래한 한 원인이 된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신차 혹은 수입차를 팔기만 하고 중고차사업을 하지 않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차판매업을 하는 대리점들은 대부분 중고차매매, 정비 및 부품판매와 A/S 그리고 할부금융과 보험을 부대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중고차매매업만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많이 있다. 신차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을투입해서 Showroom이나 정비시설을 갗추고 나서 신차메이커로부터 판권(Dealership)을 따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하거나 손익 유지에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신차판매를 포기하고 중고차매매업 만을 전업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고차매매업 전업점을 미국에서는 독립딜러(Independent Dealer)라고 하며 이들이 모여서 결성한 단체가 NIADA(National Independent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이며 우리나라의 중고차매매사업조합 연합회와 같은 위상의 단체이다. 이 단체에 속한 독립딜러의 운영 규모는 우리나라 중고차매매업체와 같이 소규모 혹은 영세 규모인 경우도 있다.

이 단체와는 별도로 신차와 중고차를 병행하여 판매하는 딜러들은 NADA(National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신차메이커들과의 가맹점 판권계약하에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Franchised Deal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신차,중고차 병행판매점은 그 자금력이나 운영규모가 중고차 전업점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병행 판매점은 한국의 대기업 수준으로 규모가 큰 경우도 적지 않으며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경우도 흔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병행판매점 형태의 중고차 유통업계에는 영세하다는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한국의 중고차유통시장이 오늘날까지 매우 영세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신차판매와 중고차판매가 분리되어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하나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신차,중고차 유통단절의 이유.

왜 유독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신차유통과 중고차유통이 분리되어 있는 것일까?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법적으로는 분리 운영되어야 할 아무 이유나 문제가 없다.

유통단절의 실질적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연혁적인 배경을 살펴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 단절의 원인은 자동차 유통시장을 둘러 싼 양 업계간의 갈등이다. 거기에 한국 신차 유통구조의 독특한 형태가 중고차와 신차의 병행 판매를 어렵게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신차메이커 혹은 신차유통업체들의 중고차시장 참여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모토라이제이션이 시작된 시기는 1990년 대 초반부터였다. 1991년에 년간 신차판매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고 1996년에는 년간 중고차거래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보유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신차판매업계에서는 자사판매차량의 중고차 가격 유지 및 기타 신차판매 마케팅과의 연계 활용을 위해 중고차시장에로의 진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략 1990년 대 중반부터 각 메이커에서는 중고차사업 검토 부서를 신설하여 외국의 사례연구 및 국내 중고차사업자 단체와의 접촉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고차매매업계에서는 업권 수호를 외치며 신차메이커의 중고차시장 진출, 특히 현대자동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극력 반대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소매가 아닌 경매시장에의 진출을 명분으로 중고차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다양한 방법으로 중고차소매시장에의 진출을 기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업계의 저항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신차업계는 경매라는 도매시장에서만 한정적으로 중고차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선에서 만족하고 중고차소매시장에의 진출을 포기하고 말았다.

반대로 중고차 매매업체들의 신차판매 참여 문제를 살펴보자. 중고차매매업에서 나름대로 성공하고 규모를 키워가고 싶은 상사대표들은 신차판매점을 병행 운영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게 된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자동차라는 점에서 병행판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정점이 존재하기 대문이다.

그러나 신차판매업계 특히 현대자동차는 자사차량의 판권을 자사의 현직 혹은 퇴직 임직원 등 연고자에게만 주고 외부에 개방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등의 회사내부에서의 조직적 반발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근본적으로 외부인에게 유통의 권한을 주고 싶지 않은 폐쇄적 사고의 결과인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결국 지금까지 신차는 신차업계에서만, 중고차는 중고차업계에서만 사고 파는 고립적 분할 구도가 고착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신차메이커가 신차의 유통까지 직접 관할하는 독점적 유통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분리 구조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 한국GM에서 총판시스템을 도입해서 생산과 판매를 어느 정도 분할해서 관리하고 있지만 기티 현대, 기아, 쌍용, 삼성 모두가 판매 네트워크를 신차메이커가 직접 관리하는 독점 판매관리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시스템 하에서의 판매대리점은 글자 그대로 신차메이커의 판매 브로커에 불과하며 딜러라는 본래 의미의 매취판매점과(신차메이커에서 차량을 상품용으로 매입하여 고객에게 판매하는 딜러)는 전혀 다른 개념의 유통형태인 것이다. 이러한 브로커 개념의 판매대리점들은 역시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 면에서 매취판매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하므로 중고차에 대한 병행 영업도 쉽게 추진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한국 GM에서 최근에 새로 도입한 총판제도는 비교적 미국의 유통시스템과 유사하므로 이러한 총판들이 언젠가는 중고차매매나 정비,부품을 병행으로 추진하여 할 소지가 크다 할 것이다. 물론 중고차매매업계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 업권의 침탈로 비추어 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3) 중고차매매업의 기업화 운영에 대한 초기 실패 및 기피

신차유통업계가 아닌 일반기업 차원에서 중고차매매업을 기업형으로 시도해 보고자 하는 움직임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에 이러한 시도가 일부 있었다. 수 십억 원의 자금을 동원해서 나름대로 브랜드를 설정하고 차별적 포인트를 설정해서 활발하게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네트워크를 확장해서 거래볼륨을 키워보기도 했다. 메가몰 형태의 대형 매장을 구축해서 대량매입, 대량판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실패의 원인을 한 두 마디로 짝 잘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중고차시장의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못한 것이 주 원인인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추진 주체들이 나름대로 정교한 기획적 사고를 가지고 시장에 진입했으나 그러한 기획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근본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시도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인 것이다. 시장의 불투명성, 거래형태의 비정형성, 규모의 역경제성 등 등 중고차시장의 일반적 특성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간에 주저 앉아 버린 것이다. 중고차매매 경험이 있는 개인이 1억을 투자해서 월 수익 5백만원을 얻는 것은 가능하나 자본과 인력과 경영의 노우하우가 있는 법인체가 100억을 투자해서 월 수익 5천만원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이상한 진실(?)만을 남겨 준 것이다.

이 후로 중고차매매업의 기업화 운영 시도는 잠잠해 졌다. SK 엔카 정도 만이 그나마 제대로 사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을 뿐 오프라인 시장의 장벽을 절감한 여타의 사업자들은 주로 온라인 시장으로 몰려 들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시장은 중고차매매업의 범주에 포함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고차사이트라고 간판은 붙였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광고사이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고차매매업은 진입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기업화 운영을 전제로 한 생존이나 수익성의 확보는 아주 어려운 업종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고차 유통시장의 특성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이 무모하게 시장에 진입하여는 주체들도 별로 없다. 진입을 하더라도 중고차매매라는 핵심영역이 아닌 경매나 공매와 같은 도매영역 혹은 중고차매매단지와 같은 인프라 조성을 통한 부대수익 창출 그리고 해외 수출이나 금융 부문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차매매업으로부터 영세의 굴레를 벗겨낼 백기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다.

4) 복합적 수익구조 구축 실패

한국 중고차 유통시장의 외국 대비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바로 매매단지라는 독특한 공동사업장이다. 이러한 공동사업장은 원스톱 서비스의 제공과 공유재고의 효율적 활용 그리고 그에 따른 재고회전율의 상승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지도 않다. 우선 고만고만한 매매상사가 동일지역내에 집합되어 있다 보니 상사별로 차별화 포인트를 갖추거나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소재가 매우 제약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중고차의 매매나 알선 이외의 부대 수익사업, 예를 들어 정비, 부품판매나 A/S 혹은 렌터카 사업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양계장의 닭이 일생동안 계란을 생산하는 일 만 하는 것처럼 오로지 매매 및 알선이라는 하나의 수익경로에만 매달릴 수 밖에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다른 부대 수익사업을 하고 싶어도 매매단지라는 환경의 제약 때문에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단조로운 수익경로는 필연적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취약성을 가져올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위험을 알게 되는 상사대표는 본능적으로 독립적인 경영보다는 매입딜러라는 위험 분산 수단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결국 매매상사의 경영이 소극화되고 나아가 전체 중고차시장의 운영 형태가 영세하게 진행되어 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매단지 위주의 시장형성과 그 매매단지 내에서 지금과 같은 단조로운 영업이 반복되기만 하고별도의 수익경로 확보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중고차시장의 영세성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5) 시장참가자들의 기업화 추진의지 미미

중고차시장 내부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의 영세성을 탈피하기 위한 기업화 운영 혹은 규모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의욕이나 추진의지가 없었을까? 개인사업자들의 개인적 의욕까지 추론할 수는 없지만 중고차매매사업조합들이 매년 발표하는 사업계획서나 년말 결산서 혹은 조합장 출마자들의 공약을 통해서 어느 정도 중고차매매업계의 동향이나 의지를 엿볼 수는 있을 것이다.

중고차매매업계 내부에서 영세성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도해 보려는 것은 대체로 조합원들의 상품용 차량 매입을 지원하기 위한 조합자체 경매장의 조성이나 영구매매단지의 조성 혹은 조합 자체 전산망의 구축이나 매물공유시스템의 수익사업화 등으로 귀결되고 있다. 매매업 자체의 업 그레이드나 운영규모 확대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나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사업자 단체에서 그러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것인지, 혹은 관심영역의 밖인지는 모르나 중고차소매사업의 기업화 추진이나 경영적 운영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도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단체들의 주 관심사는 정부 혹은 대기업들로부터의 부당한 업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한 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며 사업모델의 개발 혹은 규모의 확대 및 경영 혁신 등에는 관심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계속 –

■ 다음 편에서는 일본 / 미국의 중고차매매업 운영규모와 한국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쓸 예정입니다

※ 중앙자동차매매사업조합 발행 10월호 "월간 중앙가이드"에 기고한 글.

2112.10.02 월미도에서 신 현도